수의사도 전공이 있을까? 전문의 제도 알아보기
“수의사도 전공이 있나요?”
요즘은 동물병원에도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세부 진료과목이 나뉘어져 있다는 걸 알고 계신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진료실 안팎에서 종종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사실 수의사법에 의거했을 때 대한민국에는 전문의 제도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에게는 전문의 자격시험 및 인증제도가 있지만, 수의사는 전문과목별 국가공인 자격이 없습니다. (단, AiCVD; Asian College of Veterinary Dermatology 와 같은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전문의 제도는 존재하며 엄격한 심사와 수련과정을 통해 자격이 부여됩니다. 국내에는 5명의 아시아수의피부과전문의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7년 동물의료 분야의 전문의 제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 분야를 깊이 공부하고 진료할 수 있을까요? 현재 국내에서는 각 수의과대학의 대학원 과정 및 부속 동물병원의 수련시스템이 전문 수의사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피부과를 독립된 과목으로 정식 개설하고, 피부과 담당교수를 배정해 체계적인 수련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대학교가 유일합니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피부과에서는 연간 1,500여 건이 넘는 초진 및 재진 케이스를 경험하며 수련을 받게 됩니다. 또한 대학원 과정중 크고 작은 국내외 학회에 참석하며 논문과 학술발표를 병행합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미국수의학협회 (AVMA ;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인증을 받은 교육기관입니다. 이는 미국의 수의과대학과 동등한 교육 품질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이곳에서의 수련은 단순한 경험 이상의 체계적 훈련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주 운이 좋게도 이곳에서 피부과를 전공하며 수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반려동물의 피부 문제에 대해 기본을 충실히 지키고, 정확하게 진단하며, 근거에 기반한 환자맞춤형 치료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의사의 전공 및 전문의 제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전문의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마치 공인된 전문자격이 존재하는 것처럼 ‘전문의’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도적인 기반 없이 사용되는 이러한 표현은 보호자 분들께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전문성은 명칭이 아니라, 탄탄한 수련과 경험, 그리고 끊임없는 self-training 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동물의료 분야에도 공신력 있는 전문의 제도가 확립되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