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퀠을 이을 강아지 아토피 신약, Zenrelia(Ilunocitinib)?

2026-07-01

안녕하세요, 피부과 전공 수의사 박진오입니다.

 

강아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중에서 아포퀠 (Apoquel; Oclacitinib) 만큼 잘 알려진 약도 드물 것 같습니다. 아포퀠은 벌써 출시된 지 여러 해가 지났고, 이 약에 대한 보호자 분들의 만족도는 꽤나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젠렐리아 (Zenrelia; Ilunocitinib) 라는 이름의 새로운 약이 출시되면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아직 한국에는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지만, 이 신약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임상 로테이션 실습을 돌던 본과 4학년 학생이 ilunocitinib과 관련된 논문을 읽고 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오늘은 이 화제의 신약, Zenrelia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제 개인적인 의견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Zenrelia (Ilunocitinib)은 어떤 약인가요?”

 

 

“Apoquel과 Zenrelia, 어떻게 다를까요?”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JAK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작동합니다. 그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 중 하나가 JAK-STAT 경로인데요, JAK은 Janus kinase 라는 효소 단백질이고 총 4가지 유형(JAK1, JAK2, JAK3, TYK2)이 있습니다.

  • JAK1 : 염증성 사이토카인 (IL-31, IL-4 등)의 신호전달에 관여 → 가려움, 염증 조절과 직접 관련
  • JAK2 :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포함한 조혈기능 전반에 관여
  • JAK3 : 주로 림프구의 발달 및 생존에 관여 → 면역 반응의 핵심 축
  • TYK2 : 항바이러스 면역, 인터페론 반응, NK cell의 활성에 관여

Apoquel은 이 중에서 JAK1을 주로 억제하는 선택적 JAK 억제제 (selective JAK inhibitor)입니다. 그래서 소양감은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도, 조혈이나 항바이러스 면역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Zenrelia는 비선택적 JAK 억제제 (non-selective JAK inhibitor)로 분류됩니다. 즉, JAK1 뿐만 아니라, JAK2, TYK2 까지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더 강력하고 빠른 효과로 연결될 수 있지만, 동시에 더 넓은 생리학적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JAK2, TYK2는 억제하면 안되나요?”

저는 이 질문이 신약을 바라보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JAK2는 조혈기능, TYK2는 항바이러스면역과 NK cell의 활성에 관여합니다. 이들을 억제하게 되면 이론적으로 백혈구감소증, 감염 저항성 저하, 백신반응 저하 등의 면역 및 조혈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Apoquel의 경우에도 초기 2주간만 하루 2회 투약(BID)하고 그 이후에는 하루 1회(SID)로 감량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바로 JAK2 억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안전성 중심의 투약 설계입니다.(* BID로 투약하게 될 경우 JAK2 까지 억제할 수 있으므로) 하지만 Zenrelia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 1회 용량으로 유지되며, JAK2와 TYK2에 대한 억제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약물입니다.

 

“Zenrelia의 효능 및 안전성”

수의피부과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Veterinary Dermatology에 최근 실린 상기 논문에 따르면, ilunocitinib (Zenrelia) 은 112일간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몇 가지 지표상 oclacitinib (Apoquel) 보다 우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 소양감 완화 효과 : 초기 14일간 두 약물 모두 빠르게 가려움증이 개선되었으나, D14 이후 ilunocitinib은 지속적으로 PVAS (소양감 점수)가 감소한 반면, oclacitinib은 투약 빈도 감소 이후 평균 PVAS 점수가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선행 연구들에서 oclacitinib의 투약빈도가 BID에서 SID로 전환되는 시점 이후 일부 개체에서 소양감이 반등하는 현상이 보고된 바 있으며, 본 연구에서도 그 경향이 경미하게 관찰되었습니다.)
  • 피부병변 개선효과 : CADESI-04 (피부병변 점수)는 두 군 모두에서 빠르게 감소하였지만, D28부터 D112까지 ilunocitinib 투여군에서 유의하게 더 낮은 점수가 유지되었습니다.
  • 보호자 및 수의사의 주관적 평가 (ORTT, IRTT) : 모든 시점에서 ilunocitinib 투여군의 반응점수가 더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안전성 면에서는 ilunocitinib과 oclacitinib 모두 유사한 수준의 이상반응 발생률을 보였습니다.

 

  • 가장 흔한 부작용은 경미한 위장관 증상(구토, 설사)으로, 발생률은 ilunocitinib 13.6%, oclacitinib 10.7% 였습니다.
  • 임상적으로 중대한 부작용(SAEs; Serious Adverse Events)은 드물게 보고되었으며, 치료제와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낮거나 불분명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 일시적인 백혈구 감소가 관찰되었으나, 대부분 정상 범위 내였고 임상적 의의는 낮다고 평가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했을 때, ilunocitinib은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있어 상당한 효과와 양호한 안전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약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생각됩니다.

 

 

피부과 수의사의 시선

신약인 Zenrelia는 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있어 분명 주목할 만한 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효능의 지속성, 복약의 편의성, 임상반응의 속도 면에서는 보호자와 수의사 모두에게 매력적인 옵션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약물은 그 작용기전의 특성상 기존의 치료제와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으며, 그 범위가 보다 넓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최근 JAK3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또 다른 신약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JAK 억제제 간의 선택성 차이가 실제 임상 효과와 안전성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임상 자료에서는 특별한 안정성 이슈는 보고되지 않았고, 연구 설계와 데이터 해석은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환자들의 상태는 임상시험 환경과는 다소 다를 수 있으며, 보다 장기적인 사용 사례나 다양한 진료 현장의 데이터를 통해 약물의 전반적인 특성을 조금 더 두고 보는 것이 실제 진료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약물의 선택은 단일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기보다는 효능, 안전성, 환자의 개별 특성, 보호자의 관리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신약들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잘 활용되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더베이스 동물피부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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