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알러지 진단 도구 – Pet Allergy Xplorer (PAX®) 검사
안녕하세요, 피부과 전공 수의사 박진오입니다.
2025년도 어느덧 가을의 문턱인 9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초안을 작성할 당시는 8월 말이었는데 수정 작업을 계속 거치다보니 벌써 9월이네요 ^^;;) 아직 낮 기온이 무덥지만, 머지않아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겠죠.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가진 반려동물의 보호자 분들이라면, 아마 이런 계절의 변화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으실 겁니다. 어떤 친구들은 날씨가 선선해지면 증상이 완화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건조해지면서 피부 가려움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알레르기성 피부염 진단의 도구로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Pet Allergy Xplorer (PAX®) 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Pet Allergy Xplorer (PAX®) 검사란?”

Nextmune
Pet Allergy Xplorer (PAX®) 검사는 글로벌 기업 Nextmune 社에서 개발한 분자 알레르기학 (molecular allergology) 기반의 최신 알레르기 혈액검사입니다. 기존의 알러젠 추출물 기반의 검사 (Serology IgE test)와는 달리, 실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단일 단백질 (분자 알러젠) 을 직접 분석한다는 점에서 차별화 됩니다.
저는 작년 세계수의피부학회 (WCVD10) 에서, 이 검사법의 학문적 근거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Thierry Olivry 교수님의 특강을 들은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이런 검사법이 하루 빨리 한국에도 도입이 되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그린벳을 통해 PAX 검사가 본격적으로 런칭되어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존 검사와의 차이점”
기존 혈청 알레르기 검사 (Serology IgE test)
기존의 방식은 알러젠 추출물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집먼지진드기에 대해 검사를 한다면, 진드기를 통째로 갈아 혼합물을 만듭니다. 이 안에는 수천 가지의 단백질이 들어있지만, 실제 알러지 반응을 유발하는 건 그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또한 추출물은 제조사마다 성분 차이가 있어, 같은 개의 혈액을 대상으로 검사하더라도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먼지진드기 Dermatophagoides farinae 에는 무려 1만여 개의 단백질이 있지만, 국제적으로 공식 등록된 알레르겐 단백질은 37개뿐입니다. 그중에서도 실제로 개 아토피 피부염에서 중요한 표적은 Der.f1, Der.f2와 일부 Der.f15, Der.f18입니다. 하지만 시중에서 사용하는 동물용 Der.f 추출물에는 이 단백질들이 각각 1-2% 수준만 포함되어 있어, 검사 정확도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PAX 검사 (분자 알레르기학 기반)
PAX의 방식에서는, 추출물이 아니라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단일 단백질 (분자 알러젠)을 하나하나 따로 검사합니다. 즉, 수천 개 단백질을 통째로 갈아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단백질을 정확히 짚어서 검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집먼지진드기 Dermatophagoides farinae 중에서도 반려견 아토피 피부염에서 가장 중요한 표적인 Der.f1, Der.f2 같은 알러젠을 직접적으로 검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추출물 검사에서 놓쳤던 반응을 더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고, 반대로 불필요한 단백질 때문에 생겼던 위양성 반응도 줄일 수 있습니다.
“PAX 의 장점”
① 더 정확한 진단
기존 추출물 검사에서는 불필요한 단백질이 섞여 있어 결과에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PAX 검사는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정확한 단백질만 선별해 검사하기 때문에, 원인을 더욱 명확하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② 교차반응을 구별할 수 있음
종종 서로 다른 알러젠인데도 단백질의 구조가 비슷해서 위양성(실제로는 알레르기가 아닌데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집먼지진드기의 특정 단백질과 기생충 단백질이 유사해서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알러지 검사 과정에서 CCD(cross-reactive carbohydrate determinants) 라는 당사슬 구조 때문에 생기는 위양성도 자주 관찰됩니다. 이는 임상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반응인데, 기존 검사에서는 걸러내기가 어려웠습니다.
PAX 검사는 혈청 내 CCD에 결합하는 IgE를 차단 (blocking) 하여 이러한 불필요한 위양성 반응을 효과적으로 줄여줍니다. 즉, 단백질 구조 유사성으로 인한 교차반응 뿐 아니라, CCD로 인한 위양성까지 함께 구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③ 맞춤형 면역치료 가능
알러지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면역치료 (AIT) 입니다. PAX 검사를 통해 반려동물이 정확히 어떤 단백질에 민감한지를 알게 된다면, 향후 면역치료를 할 때 꼭 필요한 단백질만 포함시켜 맞춤 처방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불필요한 성분은 빼고, 꼭 필요한 알러젠만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연구 결과”
최근 유럽에서 23,858마리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PAX 검사를 진행한 연구가 있었는데요,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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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9%의 개들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알러젠에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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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으로 한 마리당 3-4가지 알러젠에 양성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집먼지진드기의 특정 단백질 (Der.f2) 에서 확인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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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3마리 (전체의 약 5.4%)에서 Der.f2 양성이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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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중 약 30%는 기존 추출물 검사에서는 음성이었지만, PAX의 분자 단백질 검사에서는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즉, 기존 검사라면 놓쳤을 알레르기를 PAX가 새롭게 찾아낸 것입니다.
피부과 수의사의 시선

Allermune® HDM (ZENOAQ 社)
사실 과거에 국내에도 알러뮨(Allermune® HDM) 이라는 피하주사 방식의 면역치료제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제제는 집먼지진드기 주요 알러젠인 Der.f2를 기반으로 한, 상당히 진보적인 분자 알레르기학적 면역치료였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환경원성 알러젠에 두드러지게 양성을 보였던 진도개 환자를 대상으로 알러뮨 시술을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치료 후에는 약물 투약 요구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임상증상도 완화되어 해당 환자는 한결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단일 주요 알러젠을 기반으로 한 면역치료가 실제 임상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후 아포퀠(Apoquel)과 사이토포인트(Cytopoint) 같은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보다 즉각적이고 간편한 증상조절제가 선호되었고, 여기에 더해 알러뮨의 효과가 개체별로 편차가 있다는 점과 장기간 주사 치료에 따른 보호자 순응도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국내에서는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되어 결국 철수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정식으로 수입할 수 있는 경로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알러뮨이 보여주었던 접근 자체가 매우 선구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PAX 검사가 국내에 도입된 것처럼, 언젠가 알러뮨과 같은 분자 알레르기학 기반의 면역치료제가 다시 국내에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